봄
지구별의 푸른 폭발!
홍매紅梅
봄 바람 훔쳐온 나비가
붉은 꿈을 깨우네
* 그대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가. 그 무상함이란 분별의 변화인지
더욱 가까이 다가가 들어다 보게. 무엇이 있는가!
* 大覺然後知大夢: 크게 깨친 후에야 큰 꿈을 말할 수 있다.
중생의 자유는 꿈에서의 자유요. 깨친 자의 자유는 꿈밖의 자유다.-장자
꽃밭
마당에 붓꽃 가니 장미가 오고
접시꽃에 기대어 조는 여름
봄 들판에 누웠다.
개미가 스스로 내 몸에서 내려 올 때까지
나는 땅이 되어 있었다.
저 소쩍새는
나는 차안이라 봄비를 피하는데
저 소쩍새는 비를 맞고 온 밤 울고 있구나.
*봄비 오는 들길에서 차안에서 잠을 자며*
덫
봄비는 나그네의 발목을 철컥.
*가고오는 사연은 모두가 누구의 탓인가.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임을 알 때 그대는 대 자유을 얻을 것이리라.
*세상의 누구도 나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나는 삼계도사이며 무상사 불세존의 대장부이기 때문이다.
장미
저 장미는 달력도 보지 않고
오월에 꽃을 피우다니.
*오월 장미의 계절을 맞이하여*
봄 달
담장을 성큼 넘어온 삼월 보름달에
놀란 목련꽃 하얀 잠에서 깨어
* 칼릴지브란 -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서 있는 거문고 줄처럼
아침이 되면 너는 늘 떠나갈 것만 생각 하는구나 안개야,
*인간 내면에 있는 自然(本然의 意識世界)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인디언의 말
나비의 외도(外道)
붉은 목단 꽃 함께 노닐다
한 나절 外道하고 돌아오니 어디로 갔나.
늘 시샘하던 고놈 바람이 훔쳐갔나.
안개!
누워 있던 길을 조금씩 일으켜 세운다.
* 그리움은 다가 올 미래의 희망이다.
모기에게
모기야 너는 피가 붉은 사랑이라는 걸 아니.
*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며 하나 되는 진실이다.
매미2
전지전능은 말씀으로 이루셨나니
침묵으로 거두소서.
*뭇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진리이며 그대 영혼의 말씀이니라.
‘고요 하라, 그리고 내가 있는 줄 알라’.- 성경
매미에게
하루 종일 울고 있어도 내가 해 줄 것이 없구나.
가만히 들어주는 것 밖에는
*깨달은 자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는 침묵의 증인이다.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
모기야!
왜 자꾸 달려드니 모기야!
내 피가 아직도 쓸 만 하니.
* 모기가 내 몸에 낛싯대를 드리우는걸 보면
아직도 붉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
길을 싹둑 잘라먹고도 허기지듯 농막에 돼지 서너 마리까지 훔쳐
달아나고 있네.
저 달도 더운지 연못 안에서 목욕을 하네.
*내가 세상을 바라 볼 때
뭇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늘 자신을 바라보라.....
소낙비
지구를 두드리는 소리에
지렁이들 문을 열고 나온다.
* 지렁이는 자신을 깨우는 소낙비 소리에도 속탈을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온 세상이 소낙비 소리보다 큰 목탁 소리인데도 듣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귀뚜라미야! 이 조용한 밤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너는
*까불지 말라. 니가 아무리 세상을 혼자 집어삼킬 듯
큰소리 쳐봐도 어둠 속에 잠재워 진다는 것을 알라.
우리의 본성은 원래가 물들지 않음인데 그렇게 소리를 높여서
본성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
경주 시장님에게 보내는 편지
이 가을밤 徐羅伐(서라벌)에서 귀뚜라미 소리와
달빛을 만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시장님!
가을 속에
풍덩!
맘 담궈 봐, 저 여물어 가는 석류만큼 얼마나 시리고 붉게 익는지.
*고요한 가을밤도 외롭지 않네.
노래를 불러주는 귀뚜라미가 있으니.
*행복을 얻는 비결은 즐거움을 끝까지 추구하지 않고 알맞게 그칠 줄 아는 것이다.-雲水野人인 명료자”
몇 일 집을 비운 새 여름이 갔나보네.
마당에 노란 국화꽃들 놀고 있는걸 보면.
*방랑자가
마당 한바퀴 휘 돌며
국화꽃 몇 송이 떨구고
그대 秋行者여!
우리 마당에서 하룻밤 묵어가시게 여름 내 그대 기다리던 국화들이
詩 몇 편 쓰고 싶다 하지 않는가.
나무에 가을이 떨어지네.
어!
내 몸에 생각들도 툭
바쇼씨
눈보라 치는 밤인데도 차안에서 잠을 청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 한지요, 바쇼씨!
*바쇼( 芭(파) 蕪- 일본 하이쿠시인의 대표적 인물 고행자, 그가 살던 스미다 강변의
후카가와의 오두막인 파초암(芭蕪庵)이 있다.
추운 겨울인데도 달은 알몸으로 연못 안에서 놀고 있네.
*추운 날에도 햇볕을 마음껏 입을 수 있으니 햇살로 짠 옷을 입고있는 나무가
우주라는 큰 곡간 속에 있는 기운을 꺼내
쓰는 자유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겨울 옷
봄 벗들 보기 쑥스러워 어깨에서 슬금 내려온다.
어!
벽에 걸린 부채도 겨울잠을 자네.
*세상의 이치는 모두가 때가 있는 법 그 때라는 것은 시간의 기다림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가만히 들어다 보며 마음에 치우침이 없음이 때이다.
장작1
햇살 먹었던 장작은 아궁이 안에서 살을 뱉어 낸다.
장작2
내 생의 마지막이 저 아궁이 안에
장작처럼 따스함을 주려나...
* 추운 철이 되면 가끔 장작불 같은 따스한 소식이 들린다.
한 평생을 시장에서 어렵게 모은 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조건 없이 선뜻 희사하는 생불들을 만난다.
요즘같이 메마르고 각박하게 사는 중생들한테 얼마나 귀한 감로수 같은 법문인가. 부처나 법이 어디 법당에 불경 속에만 있겠는가.
만유제법이 여여하여 앉은 자리가 법당이고 삼라만상이 법 아닌 것이 없지만 이웃을 위해 온전히 실행하는 그 마음자리가 생불이지 먹물옷 입고 모습 내며 앉았다고 부처는 아닐 진데 나는 저 장작처럼 남을 위해 몸을 태우고 있는가
밤 새 눈이 나려 세상을 하얗게 덮어도 푸른 눈을 뜨고 있는 저 강은 어쩌지 못하네.
참 진리는 늘 여여하게 아무리 거센 비난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어떠한 위선으로 세상을 덮으려 해도 참 진리와 자유는 당당하게 지켜나가는 자유의 물결은 늘 성성하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바로보라.
세상이 변화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변해야 한다.
* 世上은 非苦요 스스로 自苦라.- 性洙스님
뻐꾸기여!
짧은 봄 밤 목탁을 치지 말게 고단한 행자 승들 잠 못 들겠네.
눈사람
저 눈사람도 한 살을 더 먹었다.
-설날 아침에-
시간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그대는 진정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눈은 아무데나 하얗게 나려 앉았네 쓰레기 더미 위에도
우보익생 만허공 중생이익 참된 자비는 뭣을 상관치 않는다.
부처님의 자비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뜻을 풀어보고 받아들일 때 스스로 자생되어 울어 나오는 것이 시다.-cd 루이스
달 앞을 지나는 구름아 이 추운 밤
어딜 그리 바삐 가니.
* 본성인 달이 지켜보고 있는데 그대 인생은 달 앞을 스쳐 지나는 구름 같이 어디를 바삐 가시는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 -능엄경중에
겨울 江
밤새 세상을 하얗게 밟고 다닌 눈발을
저 강은 소리 없이 그 발을 씻어주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