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초고1
- 제1부 -
<길에서 만나 스승들>
대자유를 찾아 만행을 나섰다.
묵직한 바랑을 메고 산길을 오른다. 공주 계룡산이다. 산의 형세가 용의 모습과 닭의 볏 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예언서로 유명한 <정감록>에 등장한 계룡산은 한때 많은 도인이 수행했던 명산인 만큼 계곡이 깊고 산세도 수려하다. 특히 바위가 많은 산이라 산세가 험하고 기운이 좋다고 한다.
나는 계룡산 서남쪽에 있는 천년고찰인 신원사에서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신원사는 갑사, 동학사와 함께 계룡산의 3대 사찰이다. 백제 의자왕 651년에 보덕 화상이 세운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전체 산신들에게 제를 올리던 3곳이 있다. 북쪽에 묘향산은 상악, 남쪽의 지리산은 하악 그리고 가운데 중악은 계룡산 신원사에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 명성 황후가 중창했다는 중악단은 3악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찰에서 산신각은 불교 문화가 아닌 우리 민족의 고유한 토속신앙인 산신을 모신 곳이다. 그리고 전각 중에 항상 제일 높은 곳에 있다. 불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신앙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한 예이다. 불교만이 엿볼 수 있는 배려와 포용성이다. 산신은 꼭 호랑이와 함께 한다. 호랑이는 산에서 왕이고, 산신은 그 산의 신령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한민족 특히,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檀君)이나, 혹은 신농(神農)을 상징한 것이다. 산신각을 단황전(檀皇展)이라 쓰기도 한다.
***********
청명한 날씨다.
봄철 계룡산을 온 산이 흰 꽃으로 물든다는 춘산백화(春山百花)인데 지금은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봄에 피는 꽃 보다 초여름의 녹음이 더욱 아름답다는 말처럼,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산빛과 하늘은 더욱 짙푸르다. 가끔 눈에 띄는 흰 산벚꽃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산새들과 풀벌레들도 초여름 녹음에 흥을 채우고 있다.
나는 신원사에서 고왕암 연천봉을 오르는 길을 택해 산행하기로 했다.
계룡산 주봉인 천왕봉 아래, 토굴에서 수행 생활을 한다는 한 수행자를 찾아가는 길이다. 토굴은 땅굴이라는 뜻도 있지만, 수행자들이 머무르는 작은 거처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렴풋한 기억 속 약도 하나만을 의지한 채 무작정 길을 나섰다.
무모한 모험일까? 모험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늘 설렘을 준다. 물론 고난도 따르겠지만, 삶이란 어차피 도전이며 길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찾아 변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여정 속에서 최고의 행운은 참된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참된 스승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의 지표가 되고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무엇이든 스승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삶에서 몇 번의 소중한 스승을 만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