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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생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통융 2024. 1. 1. 13:50

세상의 모든 생명은 변해가고 영원한 것은 없다.

아들을 잃은 끼사 고따미에게 부처님이 가르치신 법문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과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을 알려준다.

인간 세상은  잠시도 끊이지 않는 고통으로 가득하다.

고통의 문제는 자신이 만든 욕심과 성냄과 남들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이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는 확실한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붓다는 이런 중생들이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아,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었다.

아들을 잃은 끼사 고따미(Kisa Gotamī)의 이야기가 장로니의 게송에  전한다.

 

부처님이 계실 때,  가난한 바라문 집안에서 끼사 고따미라는 여인이 상인의 아들과 결혼을 했어 뒤늦게 아들을 한 명 낳았다.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감도 오래지 않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아들이 죽었다.

그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그녀는 죽은 아들을 안고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이를 측은히 여긴 한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가 부탁을 하면 혹 아들을 살릴 방도가 있을지 모른다고 알려주었다.

끼사 고따미는 그 길로 부처님을 찾아뵙고 아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했다. 

부처님은 “아들을 살릴 약을 알려주겠소. 단 마을에 가서 한 명도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 다시 말해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그 누구도 죽은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를 얻어 와야 하오”라고 일러 주었다.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끼사 고따미는 아이를 안고 마을로 달려갔다.

발이 다 헤어질 정도로 집집마다 다녀봤지만 죽은 사람이 없는 그런 집은 없었다.

어느 덧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해졌다.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있던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지금까지 나는 내 자식만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왜 내 자식만 죽어야 하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미 죽었고 그들도 모두가 어머니의 자식들이 구나.

사람으로 태어나 죽지 않는 자는 없다. 사별의 슬픔이 찾아오지 않는 집은 없다. 귀여운 내 자식, 소중한 부모, 집안의 중심인 남편, 그 누구라도 죽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죽을 몸이 아닌가? 다만 시간이 빠르고 늦을 뿐이다.” 순간 고따미는 몸에 좁쌀 같은 소름이 돋는 듯했으며 그녀의 마음엔 법안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겨자씨를 구걸할 용기도 사라졌다.
그녀는 아들의 육신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며칠을 품고 다니던 사랑하는 아들의 몸을 땅에 묻고 기원정사로 돌아가 석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나의 소멸’에 대한 불안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사라진다는 것, 언제 생각해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의문에 붙들린 자에게 불교는 ‘나를 바로 보고,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범부 중생은 기적을 바란다. 그러나 붓다는 기적을 행하는 분이 아니다.

기적이란 말 그대로 죽은 이를 살리거나, 봉사를 보게 하거나, 걷지 못하는 자를 걷게 만드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마음의 진정한 안심을 얻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붓다가 끼사 고따미의 아들을 살려주었다면 그녀는 어떠했을까. 일시적인 달콤함에 취해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또 다른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았을 것이다. 붓다는 언제나 그렇듯 고통의 원인을 바로 제거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안심을 얻게 하고 진리에 눈을 뜨게 한다.

붓다는 우리에게 이 세상의 참 모습을 바로 보게 하여 고통의 늪에서 헤어 나와 안심(安心)의 삶을 살게 한다.

이것이 진정한 기적이다.

그래서 끼사 고따미 역시 붓다의 제자가 되어 <악마 마라>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존재가 된다.

 
<악마 마라>가 고따미에게 말한다.

그대 아들을 잃어버리고 홀로 슬퍼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가? 외롭게 숲속 깊이 들어와 혹시 누구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처님의 제자가 된 고따미가 답한다.

"언제나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아니고, 그 누구도 이미 지난 일이네. 나는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으니 벗이여, 그대를 두려워하지 않네. 모든 쾌락은 부서졌고 어두운 구성요소는 파괴되었네. 죽음의 군대에 승리하여, 속세의 번뇌 없이 나는 살아가네.(SN.I,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