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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종지관

통융 2020. 3. 28. 06:50

이론과 실천 병행위해 체계 세워

  


이론과 실천 따로
행해지는 것에서
폐불 원인 찾아

불도를 종합적·방법적·
내용적으로 체계 세운 것이
사종삼매·삼종지관·사교지관

천태대사가 활동한 강남에서는 불교가 꾸준히 성행하였지만 강북에서는 일시적으로 폐불이 단행되기도 하였다. 천태대사는 폐불의 원인을 무엇보다 불교의 내부문제로 돌렸다. 이론과 실천이 따로따로 행해지고 있다는 데에서 불교가 바로 서지 못하는 원인을 찾고, 불교의 방향을 이론과 실천의 병행이라는 측면으로 진행시켜 나갔다. 천태대사의 저작 가운데 끊임없이 나타나는 문자법사와 암증선사는 바로 이론과 실천이 합치되지 않는 당시의 강남과 강북의 불교에 대한 비판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천태대사는 평생 이론과 실천을 종합하려 했고, 그 성과가 약경관에 의한 사종삼매, 삼종교상에 대한 삼종지관, 화법사교에 대한 사교지관이다.

상행삼매(常行三昧)·상좌삼매(常坐三昧)·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로 이루어진 사종삼매는 불도 수증(修證)을 종합적으로 분류한 조직이고, 원돈지관·점차지관·부정지관으로 이루어진 삼종지관은 불도 오수(悟修)의 방법을 분류한 조직이며, 장교지관·통교지관·별교지관·원교지관으로 이루어진 사교지관은 불도 수증(修證)의 내용을 구분한 조직이다. 3자의 관계는 삼종지관이나 사교지관이 구체적으로 사종삼매에 의해 실수(實修)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삼종지관과 사교지관 및 사종삼매는 하나로서, 신의(身儀)상에서 말하면 사종삼매 가운데 어느 것이고, 방법상에서 말하면 항상 삼종지관 가운데 어느 것이며, 내용적으로 말하면 사교지관의 어느 것이다. 불도를 종합적·방법적·내용적인 측면으로 체계를 세운 것이 사종삼매와 삼종지관 및 사교지관이다.

1 사종삼매

천태대사의 저작 가운데 초기의 모든 저작은 삼매저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차제선문》이 관문 전반에 관한 저작이지만 그 속에서는 삼매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후기의 《마하지관》에서는 구체적으로 사종삼매라는 형식을 통하여 삼매를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각 교문에 대해서 삼매라는 관문이 제시된 것인데, 이것을 다시 원교지관의 입장에서 다시 재구성하여 설명한 것이다. 물론 개별적인 삼매저작과 거의 비슷하지만 마하지관에서는 원교의 입장에서 밝힌 것이다. 이 사종삼매의 구체적인 내용이 바로 십경십승관법(十境十乘觀法)이다.

십승관법(十乘觀法)은 원돈 오수(悟修)의 내면적인 부분에 대하여 설해져 있는 것이고 그 오수(悟修)는 사종삼매로 수증(修證)되어야 할 것이라 한다. 상행삼매(常行三昧)·상좌삼매(常坐三昧)·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로 이루어진 사종삼매는 외면적으로 불도수증의 실제적인 행위의 형식으로부터 분류하고 종합한 조직이다. 좌선을 중심으로 하는 행법(行法)이 상좌삼매(常坐三昧)이고 행도(行道)를 중심으로 하는 행법이 상행삼매(常行三昧)이다. 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는 좌선과 행도가 짝을 지어 조직되어 있는 행법이고 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는 소위 사구분별(四句分別)의 형태를 가졌기 때문에 비행비좌(非行非坐)라고 하지만 실은 좌선과 행도는 물론 그 외 모두에게 통하는 것으로 앞 행법에 포함되지 않는 행법은 모두 이 삼매에 포함된다.

사종삼매는 《마하지관》에 기초한 것으로서 권2상에서 권2하에 걸쳐서 행법의 실제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상좌삼매(常坐三昧)·상행삼매(常行三昧)·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란 행주좌와(行住坐臥)의 동작형식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사종삼매의 각각에 설해지고 있는 다양한 수행법 가운데에는 염불도 있고 좌선도 있으며 다라니도 있다. 그 각각 도량의 본존(本尊)과 그 소의경전도 각별하다. 결코 어떤 특정한 한 경 한 논에 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법화경》에 기초한 《법화삼매행법(法華三昧行法)》도 《방등다라니경(方等陀羅尼經)》에 기초한 방등삼매와 같이 반행반좌삼매의 하나로 취급한다. 즉 사종삼매란 일체의 경전으로부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행법의 종류를 모아 그것을 분류하고 총괄한 불교수행법의 개설이다.

2 삼종지관

장안관정(章安灌頂)의 기록에 의하면 천태대사는 남악혜사(南岳慧思)로부터 돈·점·부정의 삼종지관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혜사선사(慧思禪師)의 《법화경안락행의(法華經安樂行義)》나 《제법무쟁삼매법문(諸法無諍三昧法門)》 및 현존치 않지만 혜사선사(慧思禪師)에게 《차제선요(次第禪要)》라는 저작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소위 삼종지관의 구성은 혜사선사(慧思禪師) 이래의 상전(相傳)이었다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사선사는 삼종지관 구상의 윤곽을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체계적인 조직은 천태대사에게서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 즉 천태대사는 스승 혜사선사와 헤어져 금릉에 들어가 《차제선문》을 강술하여 점차지관을 체계화하고, 상서(尙書) 모희(毛喜)에게 주었다고 전해지는 《육묘법문》에서는 부정지관의 체계를 발표하였다. 소승선(小乘禪)에서 대승선(大乘禪)으로의 단계적인 수행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차제선문》 규모의 웅대함도 놀랄만하지만 남악혜사에게는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던 부정지관을 처음으로 조직한 《육묘법문》의 발표도, 중국선학사상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아마도 부정지관의 체계화는 천태대사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전의 것이리라. 특히 원돈지관을 설한 《마하지관》의 강설은 천태대사의 최후의 저작으로서 규모의 웅대함이나 사상의 원숙함으로 어떤 저작 가운데에서도 제일로 치며 예로부터 각별히 존중되어 왔다.

원돈지관·점차지관·부정지관으로 이루어진 삼종지관은 불도의 오수(悟修)를 형태로부터 분류한 동시에 종합한 조직이다. 삼종지관 가운데 원돈지관은 실천관심의 당초로부터 가장 높고 가장 깊은 심경(心境)과 맞붙어 가는 방법이고, 점차지관은 그것과는 반대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차례로 증오(證悟)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은 것이 부정지관이다. 이 삼종지관에 대해 원돈지관을 상설한 것이 《마하지관》 10권이고 점차지관을 상설한 것이 《차제선문》 10권이며 부정지관을 약설한 것이 《육묘법문》 1권이다. 이 가운데 부정지관이란 점돈의 법문을 전후교대로 혹은 낮은 행법을 높게 혹은 높은 법문을 낮게 사용하는 등 자유로운 활용을 취지로 하는 것이므로, 점차지관에 속한 행법 가운데 임의의 1과(科)인 육묘법문을 가지고 그 점차지관적인 혹은 원돈지관적인 뜻에 따라 자유자재한 활용 예를 나타낸 1권의 찬술로 충족되는 것이다. 사용되는 행법 그 자체가 돈점의 두 가지 지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이외에 따로 다른 법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3 사교지관

교문인 장·통·별·원의 사교(四敎)에 대하여 관문인 장·통·별·원의 사교지관이 있다. 사교(四敎)는 삼대부(三大部)에 이르러 비로소 확립된 것이고 그 이전의 《차제선문》이나 《육묘법문》에는 장·통·별·원이라고 하는 용어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교관이 서로 별개로 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교문과 관문이 서로 일치되는 것은 삼대부(三大部)에서 장·통·별·원의 체계를 세우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천태교관의 기치인 교관일치가 전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천태수행에서는 대부분 관문수행의 명칭을 장교의 것으로 쓰고 있으나 그 의미는 장·통·별·원 모두 다르다고 하는 것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교문에서 초기불교 즉 장교의 명칭과 개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하지관에서는 특히 원교의 입장에서 지관을 밝힌다. 원교지관의 구체적인 내용이 바로 십경십승관법(十境十乘觀法)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천태대사의 광범위한 지관 학설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이십오방편과 십경십승관이다. 이 행법을 체계지은 것은 수행사상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생각하건대 천태대사의 당시까지 중국선은 오로지 선관계의 경전이나 논부의 지시에 의해 선관을 실수하였을 뿐이고 중국인의 입장에서 새로이 조직한 예는 없었다. 이미 양대에 보리달마의 도래가 있고 또 천태대사 당시 경론을 떠나 구체적인 선법을 제시한 경향도 다소 행해진 형적도 있지만, 웅대한 교상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대소(大小)·편원(偏圓)·상대(相待)·절대(絶待)라는 각종의 관점에서 불교 전체의 지관법문을 집대성하고 천태원교의 조직적인 선법으로 이십오방편·십경십승관법을 제시한 천태대사에게 필적할 만한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창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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